펼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그 페이지 앞에서
큰 결심을 하고 성경을 펼칩니다. 그런데 몇 장 지나지 않아 낯선 지명과 계보, 이해하기 힘든 규례들이 이어집니다. "은혜받았다"는 사람들의 간증을 들으며,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위축됩니다.
먼저 안심하셔도 됩니다. 성경은 2천 년, 길게는 3천 년 이상 떨어진 시대와 문화 속에서 기록된 66권의 책 모음입니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신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대와 언어의 거리 때문입니다. 초대 교회의 성도들도 사도 베드로가 "알기 어려운 것이 더러 있다"고 인정한 바울의 편지들을 읽고 있었습니다(베드로후서 3:16).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성경을 다 이해해야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는 만큼씩 걸어가는 것이 신앙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경 전체를 한 번에 정복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등불은 저 멀리 100미터 앞까지 비추지 않습니다. 딱 다음 한 걸음을 비출 만큼만 빛을 냅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이해된 한 구절만큼만 걸어가면 충분합니다.
또한 성경은 원래 혼자 읽도록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초대 교회부터 지금까지, 성경은 공동체 안에서 함께 읽고 나누며 이해되어 온 책입니다.
순서보다 이야기 중심으로. 창세기부터 순서대로 읽기보다, 복음서나 시편처럼 이야기와 감정이 담긴 곳부터 시작해 보세요.
짧게, 자주. 하루에 많은 분량을 읽으려 하기보다, 한두 장을 천천히 곱씹는 편이 오래갑니다.
함께 읽기. 목장 나눔이나 성경공부 모임을 활용해, 혼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서로 채워보세요.
성경은 단번에 정복하는 산이 아니라, 평생 함께 걷는 길입니다. 오늘 한 구절이 마음에 닿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였습니다.